호주오픈에서는 유독 야간 경기가 많다. 웬만한 중요한 경기는 모두 야간에 하는데 모든 것이 어두워진 캄캄한 밤에 그들의 플레이가 더 빛나기 때문이 아닐까.

 

어제 라파엘 나달이 8강에서 다비드 페러에게 패해 아쉬운 작별을 고한 뒤,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최고의 빅매치는 바로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3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의 경기였다. 경기전부터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고, 결과는 조코비치의 7-6 7-5 6-4 승리. 팽팽한 스코어가 보여주듯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매 포인트마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세계 정상급 플레이를 수놓았다. 

 

1세트부터 두 선수의 경기는 그야말로 '하드코어'였다. 조코비치는 경기 초반부터 몸상태가 좋은 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조코비치의 스윙스피드는 지난 13여일간의 여느 경기보다 빨랐고 경기의 리듬에 따라 섬세하게 움직이는 풋워크는 어느 코스로 볼이와도 물러서지 않고 앞에서 공을 잡아 채는데 일조했다.

 

페더러도 조코비치가 아무리 게임스피드를 높여도 본능적으로 그림같은 코스를 그려내며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나갔다. 6-6상황, 승부는 타이브레이크에서 갈렸다. 타이브레이크 1-1 상황에서 먼저 미니 브레이크를 잡아낸 조코비치는 4-1까지 앞서나갔고 4-2에서 다시한번 페더러의 서비스를 잡아내면서 6-4으로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는 조코비치가 다소 지쳤는지 페더러의 선전으로 시작됐다.1-1에서 서로의 서비스 게임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했지만,  2-3 상황에서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을 페더러가 다시 브레이크 해냈고 페더러는 2-5까지 조코비치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과감한 코스를 냈고 페더러는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이내 5-5까지 따라붙었다. 조코비치는 기세를 몰아 15-40으로 3번의 브레이크 찬스를 얻은 후 페더러의 백핸드 실수로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이후 조코비치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여유있게 승리에 한발짝 다가갔다. 

 

3세트 경기는 시작할 때 경기의 흐름은 이미 조코비치에게 많이 기울어 있었다. 조코비치의 빠른 플레이에 페더러는 수비하기 바빴고 페더러의 백핸드 사이드로 공격이 올 때면 페더러의 날렵한 슬라이스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또  페더러가 수비하다 과감하게 틀어서 공격을 할 때는 리듬을 놓쳐 조금씩 빗나갔다. 

 

1-1에서 조코비치가 다시 한번 페더러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했고 경기는 그대로 조코비치의 선전이 될 것 같았다 . 4-3 상황에서 페더러가 브레이크 찬스를 놓치지 않고 4-4까지 따라 붙었지만, 조코비치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다음 페더러 서비스 게임에서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확보했고, 조코비치는 3번째 브레이크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 조코비치가 일찌감치 15-40으로 매치포인트 2개를 확보했지만 살짝 주춤한 사이 듀스에 이르렀고, 다시 정신 차린 조코비치는 에이스와 서비스 위너로 깔끔하게 결승진출을 확정지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 페더러는 아무리 첫서브를 아무리 잘 넣고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려고 해도 늘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선수이다. 2세트에서도 20여분만에 2-5까지 순식간이 몰렸었고 이를 뒤집지 못했다면 결코 페더러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팽팽했던 승부를 되뇌였다. 두 선수에게는 체력과 정신력 모두 100%를 내놓아야 했던 격렬한 한판이었지만 팬들에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목요일 밤으로 기억될 것이 확실했다.

 

조코비치는 일요일에 내일 있을 앤드류 머레이와 다비드 페러의 준결승에서의 승자와 2011년 호주오픈 정상의 자리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글 = 강현규 인터넷 기자(멜버른)

사진 = 박준용 기자(멜버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