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짜릿할 수는 없었다. 

 

2월 11일 김천 국제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1그룹 복식경기에서 임용규(한솔테크닉스)-설재민(건국대) 조가 황량치-이후추안 조를 6-4 6-3 6-7(5) 3-6 7-5로 물리치고 2회전에 진출했다.  

 

출발은 한국팀이 좋았다.
 
임용규의 강력한 스트로크와 설재민의 네트 플레이로 연속 2세트를 따내며 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대만은 3세트에서 이후추안의 코너 구석구석을 찌르는 서브와 황량치의 적극적인 발리로 타이브레이 끝에 3세트를 가져오며 세트스코어 1-2로 한국을 추격했다.
 
4세트에서도 한국은 둔한 움직임을 보이며 여러차례 실수를 범한 반면 대만은 활발한 공격 플레이로 세트 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5세트에서 두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하지만 기회를 먼저 잡은 쪽은 한국이었다.
 
게임스코어 2-2 상황에서 한국은 임용규의 서비스게임을 지키고 이후추안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4-2로 앞서 나갔다.
 
대만도 이에 질새라 설재민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고 황량치가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며 연속 두 게임을 따내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두 팀은 서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며 듀스게임에 돌입했다.
 
5-5 설재민의 서비스게임에서 설재민은 임용규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로브를 쫓아가 멋진 백핸드 다운더라인을 작렬시키며 6-5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12번째 게임인 황량치의 서비스게임에서는 황량치의 더블폴트와 임용규의 날카로운 리턴에 힘입어 승리를 확정지었다.

 

윤용일 감독은 "1, 2세트는 우리가 가져왔지만 3세트에서 복식 전문 이후추안이 분위기를 자기쪽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 것이 보였고 4세트에서는 우리팀이 약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래서 5세트 초반에 먼저 기선을 제압하려고 했고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대만전에서 극적인 경기가 많았다. 사실 임용규와 정석영이 작년에 부상 공백이 있어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100%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임용규는 "한 발이라도 더 뛰려고 했고 몇 차례 상대방의 서브를 포핸드 다운더라인으로 리턴한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파트너와 서로 격려하면서 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설재민은 "컨디션에 문제는 없었지만 초반에 약간 긴장이 됐었다. 하지만 경기를 할수록 좋아졌고 임용규가 잘 이끌어줘 승리할 수 있었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대만의 차이 치아옌 감독은 "먼저 한국팀에게 축하한다. 한국과 대만은 대단히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미왕과 루옌순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 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전날 정석영의 플레이는 매우 환상적이었다. 세계랭킹이 700위권대이지만 그렇게 잘 하는지 몰랐다"며 정석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4월 6일부터 중국을 종합전적 3-0으로 물리친 호주에서 호주와 2회전을 갖는다. 

 

호주에는 전 세계랭킹 1위 레이튼 휴이트와 올해 호주오픈 16강에 진출한 호주의 신성 버나드 토믹이 버티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전에서도 단식에 나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윤용일 감독은 "호주는 지금까지 경기를 한 팀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그리고 잔디코트에서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 선수들은 잔디코트에서의 경험이 적다. 하지만 스포츠는 포기란 없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부딪혀서 세계 테니스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기용에 대해서는 "현재 임용규와 정석영의 플레이가 제일 좋다. 그리고 과거에 김영준도 잔디코트에서의 플레이가 대단히 좋았다. 그때가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용규는 "누구와 경기를 해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나는 상대가 강하면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과 호주는 한 번(1972년 동부지역 준결승) 대결을 했는데 당시 한국은 0-5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