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사람도 없고 쓰레기도 없는데?” 제주도의 한 해변. 유명 관광지가 아닌 탓에, 인적이 드물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쓰레기도 없이 깨끗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곳 해변의 모래 속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오염물질이 숨겨져 있다. 바로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 제주도 해변 12곳의 모래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가로세로 1미터 남짓 구역에서만 1000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플뿌리연대(플라스틱을 뿌리뽑기 위한 연대) 소속 단체인 그린피스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5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 환경의 날 공식 행사를 맞아 제주 김녕 해변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 신용불량 미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쉽사리 분해되지 않고 자연을 떠돌며 해양 생물의 생식 능력 저하, 발달 장애 등 문제를 일으킨다. 인체에 흡수될 경우 세포 손상 등 유해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그린피스와 오션의 연구에 따르면 제주 김녕 해변 12곳의 모래를 분석한 결과, 대형미세플라스틱과 중형플라스틱이 해변 1미터제곱(㎡)당 각각 945개, 289개 채취됐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미터인 구간에서만 총 1234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는 것. 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이 지난 201 보험설계사 전망 6년 전국 20개 연안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보다 최대 21배 늘어난 수치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의 파편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대량 생성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제주 해변의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등기권리증 흔히 플라스틱 오염이라고 하면, 이용객들이 해안가에 버린 쓰레기로부터 비롯됐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해변 이용객에 의한 간섭이 적은, 인적이 드문 해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직접적인 오염 요인이 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제주 해변에서 채취한 플라스틱 조각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주요 오염원은 스티로폼 부표에서 나오는 발포폴리스티렌(EPS) 성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성분은 주로 양식장에서 발생하며, 해류와 바람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다.
해안가에 버려진 부표.[게티이미지뱅크]
EPS는 물리적 특성상 해양에서 분해되기 어려운 소재다. 이에 수많은 입자로 쪼개져 오랜 시간 해양에 남으며 장기적 영향을 준다. 특히 해양 생물이 이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성분으로는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펠렛’이 대량 검출됐다. 펠렛은 대개 산업 및 공업단지에서 유출되는 플라스틱 원료다. 유통 과정이나 운송 중 사고로 인해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 펠렛 또한 바람이나 물의 흐름에 따라 쉽게 해안으로 밀려온다.
제주도 해안에 버려진 쓰레기들.[제주클린보이즈클럽]
펠렛의 경우 2016년 전국 20개 해변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비해 약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검출됐다. 이에 연구팀은 “유출될 경우 해양생물이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발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와 오션 측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생산 단계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흔히 진행되는 해변 정화 작업의 경우, 표면에 버려진 쓰레기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물이나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들.[게티이미지뱅크]
그린피스 관계자는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 단계의 해결책으로, 전 세계 재활용률이 9%밖에 되지 않는 데다 재활용 횟수도 제한적”이라며 “오염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폐기된 후의 관리가 아닌, 생산 측면을 포함한 앞 단계에서부터의 해결이 선제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을 포함한 UN(국제연합) 회원국은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협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협약 성안을 목표로 부산에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개최됐다. 하지만 국가 간 입장이 대립하며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오는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속개 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