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테니스경기가 주로 오전이나 늦지 않은 오후에 주로 펼쳐집니다. 즉 해가 떠있을 때 많은 경기를 진행하는데요. 물론 한솔오픈 같은 큰 오픈 대회는 야간에도 몇 개의 경기가 열리곤 합니다.

호주오픈은 오전 11시가 첫 경기입니다. 경기가 일찍 시작하니 빨리 끝나겠다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본선 1회전이 열린 이틀 내내 경기수가 많아 마지막 야간 경기가 새벽 1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그 시간까지 뛰는 선수들도, 실시간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도, 중계 방송을 하는 방송사 관계자, 관람객들까지 모두 늦은 시간까지 멜버른 파크를 떠나지 못하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선 1회전에 야간 경기를 하던 세레나 윌리엄스가 야간 경기에 대해 힘든 점을 토로했습니다. 혹시 피곤해서냐고요? 아니면 졸려서? 바로 벌레 때문입니다.

호주는 한창 더운 여름이고, 야간 경기를 하면 라이트를 켤 수 밖에 없는데, 마치 우리나라에서 가로등 불빛에 하루살이나 나방, 모기가 몰려들 듯, 이 곳에서도 벌레 떼가 습격하고 있거든요.

 

벌레의 크기는 우리 나라의 매미 정도. 경기하는 내내 라이트 근처뿐 아니라 코트 바닥에도 계속 떨어져서 선수들이 경기 하는 중간에 라켓으로 벌레들을 치워내는 모습들이 카메라에 정말 많이 포착됐습니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야간 경기가 끝난 후, 벌레가 자꾸 몸에 붙어서 경기 하는 내내 정말 힘들었고, 자신은 생각보다 벌레를 싫어하고 무서워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앞으로는 자신에게 야간 경기 배정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세레나 윌리엄스. 이런 벌레 떼들을 치우는 것은 볼 키즈의 몫이기도 한데, 이날 여자 볼 키즈가 벌레를 치우다가 깜짝 놀라 도망가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도 직접 밖에서 야간 경기를 지켜봤는데, 낮 경기와는 다르게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날씨는 좋았지만, 불빛이 있는 곳은 벌레가 많아 깜짝 놀라는 일들이 종종 생기더군요.

야간 경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늦게까지 테니스 경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선선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여유 있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어서 호주오픈이 열리는 동안은 야간 경기를 계속 찾아 다니면서 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늘 호주 오픈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매일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멜버른에서 윤채우리였습니다. 오늘도 역시 함께 외치면서 끝낼게요.

테니스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ready?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