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주통신 윤채우리입니다.

이 곳은 아침부터 비가 살짝 내렸습니다. 제가 멜버른에 온 이래로 가장 쌀쌀한 날씨였는데요.

기상예보에 따르면 15도에서 24도 사이로 오늘 하루는 선선할 것이라고 합니다. 계속 멜버른의 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했던 선수들은 오늘만큼은 더위보다는 바람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호주오픈 중계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국내 테니스 경기가 열릴 때 중계방송을 하고, 경기 후 승리자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호주오픈도 같은 방식으로 현장 인터뷰가 이루어집니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 하이센스 아레나 등에서 하는 주요 경기는 어김없이 경기 후에 승리자 인터뷰가 코트에서 진행되는데요. 한국에서 중계방송을 할 때 제가 맡았던 일이 바로 선수 인터뷰이기도 했기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더군요.

한국에서는 각 방송사에서 백 보드를 놓고 선수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물론 여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솔코리아오픈을 직접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각 방송사 인터뷰를 하기 전에 코트에서 현장 인터뷰를 하잖아요. 경기에 대한 내용과 선수들의 숨소리, 그리고 승리 소감까지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인터뷰의 가장 큰 매력!

호주오픈에서는 호주 출신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방송인들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정형적인 인터뷰가 인터뷰 룸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코트에서는 관중들과 웃고 즐길 수 있는 솔직한 질문들과 답변들이 오고 가죠.

 

어제 있었던 사라포바의 경기 후 인터뷰가 참 재미있었는데요. 경기 소감에 대한 질문 말고도,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평소 남자 친구인 농구 선수 사샤 부야치치가 경기장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많이 포착 됐던 지라, 이번에도 그 질문은 빠질 수가 없었나 봅니다.

남자친구가 이 경기를 보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현재 터키리그로 이적했고, 지금 그 곳은 새벽이기 때문에 남자친구의 농구 게임을 위해 편하게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웃으면서 멀리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하루에 두 세 번씩 전화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솔직한 대답을 했습니다.

선수들의 연애 이야기만 인터뷰에서 오가는 것이 아닙니다. 노래를 부르는 선수도 있죠. 어제 승리를 거둔 미국의 바니아 킹. 우리에게는 복식 선수로도 유명한데요. 노래를 불러줄 수 있냐는 요청에 주저하지 않고, 팝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노래를 정말 잘한다는 것이죠! 1절을 멋지게 마무리했고, 진행자에게 ‘정말 대단하다’는 찬사까지 받았습니다. 역시 스포츠 선수들은 운동뿐 아니라 재능도 참 다양합니다!

오늘 본선 3회전에 진출하게 된 나달에게는 더욱 재미있는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약간의 농담을 섞어 혹시 신발이 작지는 않느냐, 또는 만약 페더러에게서 하나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의 삶, 가족, 테니스 실력 등에서 어떤 것을 갖고 싶느냐 등등 말입니다. 저는 이 생방송 인터뷰를 보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선수들도 짓궂은 질문에 재치 있게 대답하기에 더욱 재미있는 게 아닐까요?

궁금한 건 참지 않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직설적인 질문들이 코트에서 이어지면서 저도 더욱 유심히 선수들의 현장 인터뷰를 보게 됩니다. 제게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숨소리까지 모두 고스란히 전하고 싶은 것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그 날의 중요 포인트를 잊지 않고 말이죠. 이렇게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인터뷰를 보니, 올해 테니스 중계를 할 때 어떻게 재미있고, 알차게 인터뷰를 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함께하게 됩니다. 더 발전된 인터뷰! 여러분도 기대해주세요!!